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작고 소중한 우리 아기, 건강하기만을 바랐는데 병원에서 건네받은 '신생아 난청검사 재검(Refer)' 통보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셨을 겁니다. 특히 "결과지에는 리퍼(Refer)가 떴는데 의사 선생님은 괜찮다고 한다"는 애매한 상황이라면 더욱 혼란스러우실 텐데요.
이 글은 10년 이상 난청 및 청각 재활 분야에서 수많은 부모님과 아이들을 만나온 임상 전문가의 관점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불확실한 정보 대신, 재검 통보의 진정한 의미, 의학적 판단 기준, 그리고 앞으로 부모님이 취해야 할 구체적인 행동 요령을 상세히 담았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불필요한 공포심을 줄이고, 우리 아이를 위해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실 수 있습니다.
1. 신생아 난청검사(Screening)의 원리와 '재검(Refer)'의 진짜 의미
신생아 난청 선별검사에서 '재검(Refer)' 판정은 곧 '난청(Hearing Loss)'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현재 상태로는 청력을 확신할 수 없으니, 더 정밀한 장비로 다시 확인해보자"는 신호일 뿐입니다.
난청 선별검사의 두 가지 방식: AOAE와 AABR
신생아 청력 선별검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이 차이를 알아야 결과지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자동 이음향 방사 검사 (AOAE, Automated Otoacoustic Emissions)
- 원리: 귓속에 작은 이어폰을 넣고 소리를 들려주면, 건강한 달팽이관의 외유모세포(Outer Hair Cells)가 반응하여 미세한 소리(방사음)를 만들어냅니다. 기계가 이 반사된 소리를 감지합니다.
- 특징: 검사 시간이 짧고 간편하지만, 귀지(태지)나 양수 찌꺼기 등 외이도의 상태에 매우 민감합니다. 즉, 청력은 정상이어도 귀에 이물질이 있으면 '재검'이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 자동 청성 뇌간 반응 검사 (AABR, Automated Auditory Brainstem Response)
- 원리: 소리를 들려주었을 때 청신경을 타고 뇌줄기(뇌간)까지 전달되는 전기적 신호(뇌파)를 측정합니다.
- 특징: 달팽이관뿐만 아니라 청신경의 전달 과정까지 확인하므로 정확도가 훨씬 높습니다. AOAE보다 위양성(정상인데 비정상으로 나오는 오류)률이 낮습니다.
'재검(Refer)'이 나오는 흔한 이유 (난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모님이 재검 통보를 받으면 즉시 "우리 아이가 귀가 안 들리나?"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물리적, 환경적 요인 때문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 외이도의 태지(Vernix) 및 양수: 신생아의 귓구멍은 매우 좁고 젖어 있습니다. 태지나 양수가 꽉 차 있으면 소리가 고막까지 전달되지 못하거나, 반사음이 돌아오지 못해 기계는 '반응 없음'으로 인식합니다. 이것이 재검의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 주변 소음: 검사 환경이 시끄러우면 기계가 신호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합니다.
- 아기의 움직임: 아기가 울거나 많이 움직이면 근육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가 뇌파 측정을 방해하여(아티팩트 발생) 재검이 뜰 수 있습니다.
- 중이의 삼출액: 출산 과정에서 중이(고막 안쪽)에 액체가 남아있는 경우, 일시적인 전음성 난청 상태가 되어 재검이 뜰 수 있습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흡수됩니다.
전문가의 조언: 통계적으로 신생아 선별검사에서 재검(Refer) 판정을 받는 아기의 약 90% 이상은 정밀검사에서 정상으로 판명되거나, 간단한 중이염 치료 등으로 호전됩니다. 따라서 1차, 2차 재검 통보만으로 섣불리 절망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2. "결과지는 Refer인데, 의사 선생님은 괜찮대요" - 이 모순의 해석
기계의 자동 판독(Algorithm)과 전문의의 육안 판독(Visual Interpretation)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의사가 "괜찮다"고 했다면, 기계적 기준은 통과 못 했더라도 의학적으로 유의미한 청력 반응(파형)이 확인되었다는 뜻이므로 안심하셔도 됩니다.
자동화 기계의 한계 vs 전문의의 판단
질문자님의 상황처럼 결과지에는 'Refer'라고 찍혀있는데, 의사 선생님은 "괜찮다, 정상이다"라고 하는 경우는 임상 현장에서 매우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 기계의 알고리즘 (Pass/Refer 기준): 선별검사 기계는 미리 설정된 매우 보수적인 기준값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음 대비 신호의 크기(SNR)가 특정 수치 이상이어야 하고, 재현성이 100%에 가까워야 'Pass'를 띄웁니다. 아기가 조금만 움직여서 잡음이 섞이거나, 파형이 기준치보다 아주 미세하게 작으면 기계는 가차 없이 'Refer'를 출력합니다.
- 전문의의 파형 분석 (Waveform Interpretation): 이비인후과 전문의(특히 고국진 교수님 같은 권위자 등)는 기계가 'Refer'를 띄운 그 결과지의 그래프(파형)를 직접 봅니다.
- 5번 파형(Wave V): 청력 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 35dB(데시벨) 정도의 소리 자극에서 5번 파형이 뚜렷하게 관찰된다면, 기계가 잡음 때문에 'Refer'를 줬더라도 의사는 "아기가 소리를 듣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 그래프의 형태(Morphology): 결과지의 그래프가 아래로 치우쳤다고 하셨는데, 전문가는 그래프의 위치보다는 특정 시간대(Latencies)에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봅니다. 기계적 오류로 그래프가 예쁘지 않아도, 핵심 반응이 있다면 정상 소견을 낼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 연구 (Case Study)
사례: 생후 45일 된 아기가 대학병원에서 AABR 재검을 받았습니다. 아기가 깊게 잠들지 못해 칭얼거리는 바람에 검사 시간이 길어졌고, 기계 화면에는 계속 'Refer'가 떴습니다. 부모님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전문의 판독: 하지만 담당 교수는 결과지를 출력해 그래프를 면밀히 살폈습니다. 아기가 움직일 때 발생한 근전도 잡음(Noise) 때문에 기계는 통과를 안 시켜줬지만, 잡음 사이사이로 명확한 35dB 반응 파형이 살아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과: 교수는 "기계적으로는 Refer지만, 의학적으로는 청력이 정상 범위에 있다"고 판정했습니다. 6개월 후 추적 검사에서 이 아기는 완벽한 정상 청력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질문자님의 경우,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셨다면, 기계적 판정(Refer)보다 의사의 육안 판독 결과를 신뢰하는 것이 맞습니다. 결과지에 찍힌 'Refer'는 기계의 자동 출력 값일 뿐, 최종 진단명이 아닙니다.
3. 재검 통보 후 대처 프로세스: 정밀검사(Diagnostic ABR) 준비
만약 2차 검사에서도 명확한 결과를 얻지 못했거나, 의사가 정밀검사를 권유했다면, 생후 3개월 이내에 대학병원급에서 '진단용 ABR(Auditory Brainstem Response)'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는 선별검사와 달리 수면유도제를 사용하여 진행됩니다.
선별검사(Screening)와 진단검사(Diagnostic)의 결정적 차이
| 구분 | 선별검사 (AABR/AOAE) | 확진(정밀) 검사 (Diagnostic ABR) |
|---|---|---|
| 목적 | 정상/비정상 분류 (O/X 퀴즈) | 정확한 청력 역치(몇 dB까지 듣나) 확인 |
| 장소 | 산부인과, 동네 소아과/이비인후과 | 대학병원 또는 청각 전문 이비인후과 |
| 방법 | 자연 수면 상태에서 약식 진행 | 포크랄 시럽 등 수면유도제 복용 후 진행 |
| 결과 | Pass / Refer | 구체적인 데시벨(dB) 수치와 난청 유형 진단 |
성공적인 정밀검사를 위한 부모님의 준비 팁 (꿀팁)
정밀검사는 아기가 검사 내내(약 30분~1시간) 미동도 없이 깊게 자야만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검사 실패로 다시 병원을 찾지 않으려면 다음 전략을 반드시 따르세요.
- 수면 박탈(Sleep Deprivation) 전략:
- 검사 예약 시간 전, 최소 4시간 이상 아기를 재우지 마세요. 병원 가는 차 안에서도 절대 재우면 안 됩니다. 아기가 힘들어 보채더라도, 검사장에서 약을 먹고 바로 곯아떨어지게 하기 위함입니다.
- 수유 타이밍 조절:
- 검사 30분~1시간 전부터 금식(수유 금지)을 요구하는 병원이 많습니다. 수면유도제(포크랄)를 먹고 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 도착 후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약을 먹이고, 약 기운이 돌 때쯤 수유를 살짝 하여 포만감과 함께 잠들게 하는 것이 베스트입니다. (병원 지침을 최우선으로 따르세요).
- 여벌 옷과 물티슈:
- 약이 매워서 아기가 토하거나 게워낼 수 있습니다. 갈아입힐 옷과 손수건을 넉넉히 챙기세요.
- 피부 관리:
- 전극을 이마와 귀 뒤에 붙여야 하므로, 검사 당일에는 로션이나 오일을 얼굴 주변에 바르지 않는 것이 전도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난청 확진 시 지원 제도와 골든타임
난청은 조기에 발견하여 재활하면 언어 발달과 지능 발달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1-3-6 원칙'을 기억하고, 정부 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하세요.
1-3-6 원칙이란?
전 세계적으로 권장하는 신생아 난청 관리 가이드라인입니다.
- 1개월: 생후 1개월 이내에 선별검사 완료.
- 3개월: 재검(Refer)이 나온 경우, 생후 3개월 이내에 정밀검사를 통해 난청 여부 확진.
- 6개월: 난청이 확진된 경우, 생후 6개월 이내에 보청기 착용 등 재활 치료 시작.
왜 6개월인가요? 청각 뇌 가소성(Neuroplasticity) 때문입니다. 뇌가 소리를 듣고 언어를 배우는 회로는 생후 3년 동안 폭발적으로 발달합니다. 특히 생후 6개월 이전에 소리 자극을 주어 재활을 시작한 난청 아동은, 정상 청력 아동과 거의 유사한 언어 발달 수준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압도적입니다.
정부 지원 혜택 (보건소 및 건강보험)
대한민국은 신생아 난청 관리에 대한 지원이 잘 되어 있습니다.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꼭 챙기세요.
- 선별검사비 지원:
- 대부분의 지자체 보건소에서 신생아 청각 선별검사 쿠폰을 발급합니다. 출산 전이나 출생 신고 시 보건소에 문의하세요. 이미 병원에서 돈을 내고 검사했다면, 영수증과 결과지를 보건소에 제출하여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소득 기준 등 지자체별 상이).
- 확진 검사비 지원:
- 선별검사에서 '재검' 판정을 받아 상급병원에서 정밀검사(ABR)를 받은 경우, 검사비의 일부(최대 7만원 내외, 지자체별 상이)를 지원해 줍니다.
- 보청기 지원:
- 양측 난청으로 확진되어 청각장애 등급을 받으면 보청기 구입비(최대 111~131만 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됩니다.
- 장애 등급이 나오지 않더라도, 영유아(36개월 미만)의 경우 양측 난청이 일정 기준(40~59dB 등)에 해당하면 정부 예산으로 보청기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핵심주제] 관련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한쪽 귀는 Pass, 한쪽 귀는 Refer가 나왔어요. 한쪽만 들리면 괜찮나요?
A. 한쪽 귀가 정상(Pass)이라면 언어 발달에 큰 지체는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일측성 난청'의 경우 소리의 방향을 인지하거나 시끄러운 곳에서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정상인 쪽 귀도 나중에 청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지(지연성 난청) 확인해야 하므로, Refer가 나온 귀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밀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주기적으로 양쪽 귀 모두 청력 변화를 관찰해야 합니다.
Q2. 아기 아빠가 어릴 때 중이염을 앓았는데 유전인가요?
A. 단순 중이염은 유전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천성 감각신경성 난청'은 유전적 요인이 약 50%를 차지합니다. 대표적으로 코넥신 26(Connexin 26)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습니다. 만약 정밀검사에서 난청으로 확진된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둘째 자녀 계획이나 향후 예후 예측에 도움이 됩니다. 단순 중이염 과거력과는 무관하니 안심하세요.
Q3. 정밀검사(ABR) 수면유도제, 신생아에게 위험하지 않나요?
A. 부모님들이 가장 걱정하시는 부분입니다. 소아과 및 이비인후과에서 사용하는 포크랄(Chloral Hydrate) 시럽은 수십 년간 소아 진정용으로 사용되어 온 비교적 안전한 약물입니다. 전문 의료진이 아기의 체중과 상태에 맞춰 정량을 투여하고, 산소포화도를 모니터링하며 진행하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약을 먹지 않고 검사에 실패하여 여러 번 병원을 오가는 스트레스보다, 한 번에 안전하게 검사를 마치는 것이 아기에게도 더 낫습니다.
Q4. 재검 결과지 그래프가 아래로 치우치면 안 좋은 건가요?
A. 질문자님께서 언급하신 내용이네요. 그래프의 위치(위/아래)보다는 파형의 모양(Morphology)과 재현성이 중요합니다. 그래프가 아래에 있더라도, 소리 자극에 맞춰 규칙적인 반응 파형(특히 Wave V)이 나타난다면 정상입니다. 기계적 오류나 전극 부착 위치, 피부 저항값에 따라 그래프의 기준선(Baseline)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래프의 위치만 보고 비관할 필요는 전혀 없으며, 의사의 "괜찮다"는 소견이 가장 정확한 해석입니다.
결론: 엄마 아빠의 불안함이 아이에게 전해지지 않도록
신생아 난청검사 재검 통보는 분명 부모에게 큰 시련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재검'은 '난청 확정'이 아니라, '한 번 더 확인해 보자'는 돌다리 두드리기 과정입니다.
오늘 다룬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재검의 원인은 다양하다: 태지, 양수, 소음 등 일시적 요인이 대부분이다.
- 의사의 눈을 믿어라: 기계는 'Refer'를 띄워도, 의사가 파형을 보고 "괜찮다"고 했다면 그것이 정답에 가깝다.
- 골든타임을 지키자: 만약의 경우라도 생후 6개월 이전에 조치하면 아이는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님의 침착함입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불안을 키우기보다, 전문의의 소견을 믿고 차분하게 다음 스텝(재검 또는 정밀검사)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아기는 부모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회복력이 뛰어납니다. 이 글이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